젊었을땐 대화를 많이 하고싶었고 어떤 사람이든 꾸준히 잘 들어주면 뭐든 설득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까 대화를 하는 것 자체에서 이미 심력이 딸리고 귀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얘기를 오래 들어주는 것 자체부터 이미 힘들더군요.
예전에는 서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애를 썼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냥 저 사람이 알아서 튕겨져 나가도록 놔두는 편이고 될 수 있으면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강아지들을 데리고 애견동반 식당에 간 적이 있는데 술 취한 아주머니가 와서 나는 개 키우는 사람들 이해가 안 된다면서 얘네들 다 중성화수술 시키지 않았냐며 새끼를 갖지 못 하도록 수술시켜서 같이 사는 게 얘네들을 위하는 거냐고 큰 소리로 따지더군요.
한참을 듣고있다가 얘네들 유기견이고 저희가 다 데려와서 키우고 있고 이미 중성화가 되어있었다고 이야기하니 쭈뼛쭈뼛하다가 애들 이쁘다고 하면서 그냥 갔던 기억이 납니다.
뭔가 자기가 커뮤니티를 하면서 마음 속에 쌓아놨던 이야기를 갑자기 술도 먹었겠다 만만해보이는 주변 사람들한테 꺼내기 시작한 건데 내가 굳이 그 사람이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부분을 같이 토론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왔던 편견들을 그 사람에게 쏟아내도 된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저희 집에는 가정분양을 받은 강아지가 한 녀석이고 나머지 두 녀석은 모두 유기견이라서 아예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만 구구절절 다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그렇게 얘기해버렸습니다.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설명해봤자 그 사람들은 내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니가 받아들여서 끄덕끄덕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끄덕끄덕할 게 아니라면 그냥 헛소리로 대응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내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고 누군가 카운터로 와서 말이 아닌 고갯짓으로 담배를 달라고 요구한다면 어떤 거 찾으시냐고 물어보고 그래도 대답을 안 한다면 스마트폰 메모장에 어떤 담배 찾으시냐고 적어서 보여주면 됩니다.
말을 못 하시는 분인가보다 생각하고 종이에 글씨를 써서 보여줘도 되고 아예 모르는 척하고 대응을 해야 지도 부끄러운 줄 알고 그냥 나가던지 말을 하던지 할 겁니다.
택시를 타거나 노포 술집에 가거나 하면 말을 거는 어르신들이 있는데 가끔 자신의 정치적인 소신을 밝히면서 은근히 상대방의 정치적인 견해를 물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땐 서로 싸우지 말고 나는 일론 머스크 뽑을 거라고 일론 머스크가 귀화한 한국인 아니었냐고 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 건 또 뭐하는 놈인가 하고 다시는 말을 걸지 않을 겁니다.
친척들이 왜 지금까지 결혼을 안 하고 혼자서 사냐고 물어보면 사실 국정원 직원이라 결혼이 금지되었다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헛소리엔 헛소리로 대응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젊을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드니까 알겠더군요.
강아지 키우지 말고 애를 낳으라고 하면 이 강아지 내가 낳은 거라고 하면 되고 왜 취직을 안 하냐고 물어보면 “왜 치즈케잌이요?”라고 헛소리로 응수하면 됩니다.
사실 1년전부터 취직을 했는데 월급을 못 받고있다고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을 하던지 그냥 하고싶은 헛소리를 다 하는 게 최고의 대응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면 당신이 사장이라며 멱살을 잡고 돈 내놓으라고 미친듯이 샤우팅을 해보시기 바랍니다.